최근 인스타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이곳에서 물, 거울, 조명이 어울어진 기획전시 <온화, 溫火 Gentle Light>를 하고 있는데, 그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핫플 #볼거리 #꼭봐야할전시 등의 키워드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는 순간 왜 이곳이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된다. 빛 하나 새며들지 않은 깜깜한 방 안을 조명으로 가득채우고 조명의 영롱한 빛이 거울과 물 표면에 반사되면서 공간을 환상으로 만든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에는 홍보되지 않은 진실이 존재한다.
나 역시 방문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진실을 알지 못해 이곳 저곳의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에 올렸었다. 나중에 그 속에 숨겨진 실체를 알고난 후 인스타 삭제는 물론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절대 가지말라는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린이’라는 순수한 단어 뒤에 숨겨놓은 잿빛 컴컴한 야욕을.
오염된 토양 위의 용산어린이정원
용산 미군기지는 120년동안 한국인이 범접하지 못한 금단의 땅이었다. 1900년도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군이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한 전투기지로 사용하며 한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그 이후 미군이 그대로 그 땅 위에 미군기지를 세우며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바로 그곳이 120년만에 한국에 반환되면서 용산기지 약 243만㎡ 중 약 30만㎡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를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게 된 것이다.
해당 부지에 어떠한 이름을 지을까 고민하던 정부는 2021년 시민 공모를 통해 ‘용산공원’이라고 결정하였고, 공원 조성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였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과는 달리 개방에 있어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토양오염이었다. 120년 넘는 세월동안 군 기지로 사용되면 그곳의 땅은 전투기, 군 폐기물, 기름 유출사고 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기름 유출사고만 해도 100건이 넘고, 아직도 용산공원 근처 지하수 관측정에서는 기름띠가 발견된다.

우리가 잘 아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역시 용산 미군기지에서 다량의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구의 법 규제 밖에 있던 그 세월 동안 용산부지 땅은 무지각한 방치 속에 오염되었다. 그리고 2023년 6월 현재, 정화되지 않은 채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용산어린이정원 방문 후 알게된 사실

지난 6월 14일 업무차 용산 어린이 정원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전혀 모를 때라서 잘 조성된 공간에 감탄만 했다. 미군기지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모습이 마치 순간이동을 해서 미국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정원 한 가운데 조성되어있는 넓은 잔디마당은 뒷편의 고층 빌딩들과 어우러져 한국판 센트럴파크 같았다. 복잡한 외부세계와는 차단된 평화로운 메타버스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문득 왜 용산공원을 어린이정원이라고 부를까 궁금해졌다. 쭉 둘러보는데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고는 어린이 도서관 하나 밖에 없었고, 특히 그 옆에는 성인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쪽에 더 신경 쓴 듯한 모습이었다. 카페, 기록관, 전시관 모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생각보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였다.


의아함이 점점 커져 이름의 실체를 찾아봤다.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용산공원은 어쩌다 ‘어린이정원’이 됐을까>라는 기사에서 나의 의문은 풀렸다. 올해 4월 17일 연합뉴스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발행했는데, 그때 대통령실 관계자가 “용산공원의 이름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해당부지의 정확한 이름은 ‘용산공원부분반환부지’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토양오염 문제도 있고, 용산부지 전체를 다 반환한 상황이 아니다보니 본의아니게 긴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그동안은 편의상 용산공원이라고 일컬으며 공원 조성에 대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4월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이 나왔고, 바로 그 다음달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그곳에서 어린이날 행사와 함께 대통령 사진전을 열었다.

왜 공원이 아닌 용산어린이’정원’ 일까?
이것도 이해가 안됐다. 왜 공원이 아니라 정원일까? 역시나 토양오염이 문제였다. 엄청난 수준의 군 폐기물과 유류 유출사고로 인해 토양은 공원 기준치에 한참 못 미쳤고, 그래서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밖에 없었다.
용산공원 관련된 이슈를 찾아보면 찾아볼 수록 이곳은 절대로 ‘어린이’ 라는 이름을 붙여서 시민에게 개방하면 안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이미지를 보면 장군숙소부지는 (현)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구, 도서관, 전시관이 있는 공간이고, 야구장부지는 (현)잔디마당이 있는 공간이다. 두 군데 모두 기존 공원에 비해 오염 물질의 함유율이 엄청나게 높다.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뿐만 아니라 비소, 납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 수치가 기준치의 최소 3배에서 36배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나 내가 걱정하는 곳은 바로 야구장부지였던 현재의 잔디광장이다. 사람들이 돗자리에 앉아 놀고, 아이들이 뒹굴고, 강아지가 흙놀이를 할거라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지금 정부는 “오염된 토양 위에 15센치 정도의 흙과 잔디로 덮어서 안전하다”고 얘기를 한다.
과연 15센치 눈속임으로 토양오염을 막을 수 있을까? 과연 “어린이가 맘껏 뛰놀 수 있는 정원을 만들었어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아이들을 위한 일인가 라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말도 안되는 용산어린이정원의 방침
- 공원체류시간 2시간 제한
용산어린이정원은 방문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되어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오염의 위해성을 막기위해 내놓은 방안이다. 아래 이미지의 3번 문항을 보면 알 수 있다.
같은 해, 국토부 관계자에게 ‘2시간 기준을 넘겨 상주할 경우 위험할 수 있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때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 1년 12.5회 방문이면 오케이!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말인가 싶은데, 실제 용산공원 추진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했던 이야기다. 사람들이 1년에 평균적으로 12.5회 공원을 방문하는데, 그 정도 방문횟수로는 학교부지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의 농도로 25년동안 노출될 경우 1만명 중 약 3명 정도 암에 걸릴 확률이 늘어나는 정도라고 이야기를 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담당부처인 국토부의 원희룡 장관은 “정부가 현재 개방한 공원 부지와 이동 동선은 전혀 위해성이 없다” 라고 주장했지만,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구, 도서관, 전시관은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29배 섞인 토양이 묻혀있는 공간이고, 잔디마당 역시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장소에 위치해 있다.
2시간 체류시간에 1년 방문횟수 제한까지 있는 공원이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웃긴 세상에 살고 있나 싶다.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출근하는 카페 점원, 매표소 알바생들, 공원관리자들 그리고 매일 저녁 동네 산책하고 싶어하는 용산주민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지나 싶다.
대통령실 앞마당, 용산어린이정원
분명한 건 용산어린이정원은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미군과의 협의를 통해 토양 정화 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시민에게 개방을 해야만 했을까? 왜 갑자기 어린이라는 이름을 포함시킨 것일까?
그 이유는 잔디마당에 서 있으면 바로 알 수가 있다. 잔디마당 어디에서도 보이는 대통령실. 마치 용산어린이정원이 대통령실의 앞마당인 것처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구성되어있다. 아래 이미지 속 핑크색으로 그려넣은 건물이 대통령실이 위치이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물질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졸속 개방을 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한 순간에 풀렸다.

이상하게도 용산어린이정원의 홍보물에는 언제나 윤대통령 부부 또는 대통령실의 이미지가 함께 있었다. 어린이정원 홍보관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홍보영상 속에서도 잔디마당과 대통령실이 함께 나와있었고, 홍보 포스터 속에서도 대통령실이 먼저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공원명 시민공모도 진행을 했었는데 왜 갑자기 대통령을 위한 ‘정원’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 뿐만이 아니다. 잔디마당의 왼쪽편에는 특별전시를 진행 중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활동, 외교행보를 담은 사진과 김건희 여사의 봉사활동,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 용산어린이정원”인데, 대통령을 위한 전시를 하고 최고의 조망을 지닌 대통령실을 우러러볼 수 있는 마당이 조성되어 있고, 국민들이 돗자리 깔고 놀아야하는 잔디밭과 전시관, 도서관등의 각종 시설물은 오염물질이 가득한 토양 위에 만들져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진실을 알고난 후
이렇게 나는 용산어린이정원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업무는 정중하게 내려놓았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포스팅은 모두 지웠다. 너무 좋은 곳을 발견했다며 방문 당시 톡을 보냈던 친구들과 단톡방에는 다시 정정 메시지를 띄웠다.
요즘도 인스타그램에는 ‘온화’ ‘용산어린이정원’ ‘인생샷’ 등의 키워드로 포스팅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나 역시 방문할 때는 잘 조성된 공원 이미지에 정신이 홀렸고, 온화 전시를 보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그곳에 숨겨진 흑심을 알고 난 후에는 환멸을 느꼈다.
어린이라는 순수를 앞세워 정치적, 환경적 이슈를 덮으려는 그들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출산율이 문제라고 말을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지만, 결국 그들이 하는 행동은 오염물질이 가득한 이 공간을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가리는 일, 정치공작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고 밀어 붙이는 일이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정부가 한 차례 욕을 먹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정부가 먹거리와 놀거리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콘텐츠로만 가득채우고 싶었던 블로그에 이 글을 작성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분노 때문이었다. 어린아이를 앞세운 눈속임이라니, 국민건강보다 본인 홍보가 먼저라니.
용산어린이정원. 방문을 하고 안하고는 엄연한 개인의 자유이고, 그것을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알아야 된다. 내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 아이가 뛰놀 곳이 어떤 곳인지. 그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긴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는 스크롤 한번 후루룩 넘기고마는 텍스트 가득한 글일 수도 있지만, 단 한 명이라도 용산어린이정원 아래 감춰진 위험과 공작을 알아준다면 이 글을 쓴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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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용산어린이정원’이 우려되는 세 가지 이유
혹시라도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내가 이 글을 쓰며 참고했던 위의 기사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